토론

정년 연장 법제화 움직임, 어떻게 볼 것인가?

2012/10/15 13:20

 우리 사회의 고령화와 맞물려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노동계에서는 고령화에 따른 소득과 복지 문제로 인해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기업에서는 인력의 비순환과 인건비 부담을 우려한다. 60대 일자리가 부족하지만 청년실업 역시 심각해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간 갈등의 문제도 잠재하고 있다. 정년 연장과 관련하여 한국노동연구원 금재호 선임연구위원과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사회정책본부장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금재호
금재호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업의 자발적 정년조정보다 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중장년층의 고용불안과 빈곤의 위험성이 심각하다. 고령화에 따른 고용불안과 빈곤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복지지출의 증가에 따른 재정적자가 심화되고 경제성장 잠재력이 훼손되며 계층 및 세대 간 갈등이 악화될 것이다.

 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의 중심에는 정년연장 및 법제화가 있다. 선진국들이 정년을 법제화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기업 자체적으로 정년을 결정하도록 하여 정년에 대한 법적 제도적 보호 장치가 취약하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서 ‘사업주가 정년을 정하는 경우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노력의무 조항만이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기업은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년이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는다. 2010년의 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정년은 57.4세로 나타나고 있는데 조기퇴직이나 명예퇴직으로 일찍 그만 두는 사람들을 감안하면 실제 퇴직연령은 53세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이는 유럽의 법정정년이 65세이고 실제 퇴직연령이 62세인 것과 크게 대비된다. 미국은 더 나아가 아예 정년제도가 없으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인한 강제퇴직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정년을 국민연금의 수급연령 이전으로 정하는 것을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까지 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하여야 한다.

 유럽의 근로자들은 통상 20대 초반에 취업하여 은퇴할 때까지 40년 정도를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근로자들은 20대 중․후반에 취업하여 50대 초반이면 직장을 떠나게 된다. 한국의 근로자들이 선진국에 비해 10년 이상 짧게 ‘생애의 주된 직장’에 근무함에 따라 사회적 불안과 갈등이 심화되고 빈곤의 위험이 높아진다. 선진국의 근로자가 40년 정도 한 직장에서 안정적으로 근무하면서 결혼, 자녀양육, 주택마련, 노후준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근로자는 3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중장년층의 고용과 관련되어 여러 가지의 논란이 있는데 그 첫 번째는 정년연장과 이의 법제화가 현 시점에서 꼭 필요한 것인가의 의문이다. 일본에서는 정년 후 재고용제도를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이를 활용하기 시작하였다. 정년연장과 법제화의 도입과정에서 재고용제도와 같은 대안들이 완충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이 최근 법정정년을 65세로 연장하기로 결정한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재고용제도와 같은 대안들은 중장년층의 고민을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 재고용제도는 계약기간이 1년 정도밖에 되지 않고 기업이 재고용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

 정년연장이 필요한 핵심적 이유는 중장년층의 고용확대보다 고용불안의 해소에 있다. 한국의 가장들에게 50대 중반은 자녀의 대학교육, 결혼, 노후준비로 많은 소득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에 퇴직한 근로자들의 대부분이 재취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재취업한 일자리는 비정규직이 대부분이고 임금 등 근로조건이 열악하여 생계를 지탱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재고용제도보다는 정년연장 및 이의 법제화가 중요하다.

 정년연장이 일부 대기업과 공기업의 정규직에게만 혜택을 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현 시점에서는 경영상태가 양호하거나 인력부족을 절실하게 느끼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정년연장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2017년경부터 15~64세 인구가 감소할 전망이고 이에 따른 인력난으로 인해 정년연장의 필요성을 느끼는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다. 특히 정년의 법제화는 모든 근로자들이 정년연장의 혜택을 누리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한다. 있는 정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서 정년연장이 가능할 것인가의 의문도 제기되나 이는 기술적 문제일 뿐이다. 정년연장을 즉각 시행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정년과 실제 퇴직연령이 일치하도록, 즉 정년준수를 먼저 유도하고 이후 정년연장이 단계적으로 실현되도록 제도가 설계되어야 한다.

 정년준수 및 정년연장에 반대하는 가장 큰 목소리는 이것이 청년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이다. 이 문제는 임금시스템의 혁신에 달려있다. 한국은 근속기간에 따른 임금상승 속도가 매우 빠르다. 근로자가 40대 후반이 되면 흔히 임금이 생산성을 초월하게 되고 기업은 이들의 고용에 부담을 느끼게 된다. 정년연장의 전제조건은 임금시스템의 개혁으로 임금과 생산성을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경제 전체적으로 중장년층의 정년연장이나 정년준수가 청년층의 일자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국내만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개개의 기업을 보면 청년고용과 중장년층 고용이 상충관계에 있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년연장이 되더라도 임금시스템이 함께 개편되어 기업의 노동비용이 하락한다면 청년층의 취업기회도 동시에 높아진다. 이러한 윈윈(win-win) 시스템은 이론적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OECD에서 근로시간이 가장 길다. 정년연장으로 인해 고용불안이 완화되면 근로자들은 주말근로나 야간근로와 같은 장시간 근로를 가능한 회피할 것이다. 이는 근로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창출을 확대하고 청년취업난을 완화한다.

 임금시스템의 개편은 정년연장을 위해 꼭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그 동안 기업들은 노사관계의 불안을 우려하여 임금제도의 개편에 소극적이었다. 모든 근로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임금시스템의 합리화보다는 저항이 적은 중장년층 근로자의 조기퇴직을 통해 임금시스템의 부작용을 해소하고 있다. 조기퇴직은 기업내부의 문제 해결에는 긍정적이지만 이들의 재취업과 빈곤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라는 문제를 수반한다. 기업의 비합리적 임금시스템에서 기인하는 조기퇴직과 고용불안의 문제를 더 이상 사회에게 떠넘기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사관계의 불안은 정년연장만이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언젠가는 극복하여야 할 과제이며, 무리 없이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노사관계도 성숙되어 왔다.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정년 법제화나 정부 주도의 정년연장보다 시장에 이를 맡기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정년제도의 재설계 및 적용에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실제 퇴직연령을 매해 1년씩 늦춘다고 가정하더라도 국민연금 수급나이와 실제 퇴직연령을 일치시키는데 7년 이상이 소요된다. 모든 기업에 정년연장을 적용하기도 쉽지 않으며 사회적 합의의 도출과 사전준비에도 최소한 수년이 소요된다.  기업의 자율에 맡길 경우 경영이 양호한 대기업의 근로자만 혜택을 볼 가능성도 있다. 인구고령화의 속도를 감안할 때 기업자율적인 정년조정은 뒷북을 칠 위험성이 높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년연장은 중장년층의 고용안정을 통한 빈곤예방과 경제적 안정, 그리고 소득양극화의 완화에 기여한다. 특히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연령을 일치시킴으로써 국민연금 수급시기까지의 공백기 해소에 도움이 된다.. 퇴직 후의 무분별한 자영업 진출을 예방하는 효과와 더불어 임금시스템의 개편을 통한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 기능을 할 것이다.

류기정
류기정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
"정년 연장, 기업의 자율적 시행에 맡겨두어야"



 현재 300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정년은 57.4세(‘10년기준)이나 55세를 정년으로 둔 기업들의 비중이 36.3%로 가장 높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정년을 60세로 높이는 것은 기업들의 고용부담을 크게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나라에 지배적인 연공급적 임금체계하에서 기업들은 고령근로자들을 더 오랫동안 고용하는 데 많은 부담을 갖을 수 밖에 없다. 55세 이상 고령근로자의 임금은 34세 이하 근로자의 3배 이상이나, 생산성은 60%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조직관리 차원에서도 매년 3~4%의 신규채용을 통해 기업 내부의 노하우와 기술을 젊은층에게로 선순환시켜야 할 필요가 있는데, 정년연장을 법으로 강제하여 고령인력들의 출구가 막혀버린다면, 인력 선순환에도 커다란 문제를 야기시킨다. 이는 청년층의 취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공기업․대기업의 일자리는 정년연장의 혜택을 받게되는 근로자들 만큼 신규채용 수요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한편, 정년연장에 따라 ‘괜찮은 일자리’로서 대기업과 공기업에 대한 선호도는 더 높아져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더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근로자 간 양극화도 확대될 것이다.

 유럽의 경우 연금수급연령에 맞춰 정년연령이 65세 등으로 우리나라 보다 높다고는 하나, 이들 국가들은 직무급 임금체계의 보편화로 근속에 따른 임금증가가 우리나라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또한, 비교적 노후소득보장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 연금수급이 늦춰지는 정년연장에 대해 노동계가 오히려 크게 반대하는 상황이다.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1998년 60세 정년이 의무화된 당시 기업의 60세이상 정년비율은 93.3%에 달하였다. 반면, 우리나라의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60세이상 정년을 둔 경우는 22.2%(‘10년기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앞서 60세 정년연장을 의무화했던 일본도 기업의 수용여건이 어느 정도 조성된 상황에서 이를 추진하였다.

 고령자들이 좀 더 오랫동안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적극 동의한다. 그렇지만, 기업 여건에 대한 고려 없이 정년을 일률적으로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기업마다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의 정년은 법률로 규정할 것이 아니라 개별기업의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고령자가 노동시장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제도개선과 환경조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시급히 직무-성과에 따른 임금체계로의 전환, 고용경직성 완화 등 기업의 고령자 고용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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