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취업률 낮으면 대학 정원 줄여야 하나

2015/03/23 11:19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대학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어떤 분야에서 줄일지를 놓고 대학 사회가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초 업무계획 발표를 통해 “중장기 인력 수급 전망을 토대로 대학의 인력 공급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가 2014년 말에 발표한 인력 수급 전망에 따르면 인문계열, 자연계열, 예체능계열은 향후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계열은 수요가 늘지만 유아교육 수요 증가 때문이며 중·고교 교사 등 사범대 출신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중앙대가 학문단위로 재편을 선언한 것도 이 같은 장기 인력 수급 전망과 무관치 않다. 사회적 수요가 적은 인문·예체능계열은 대폭 줄이고 취업에 유리한 공학계열 비중은 높인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그러나 인문·자연계열 등 학문 분야에 몸담고 있는 교수들은 기초학문이 발전해야 그 토대 위에서 공학 등 실용학문도 융성할 수 있다며 인위적인 학문단위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있다. 학문의 자율성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주대준
주대준선린대 총장
찬성 / “저출산으로 학령인구 감소…융복합 人材 양성만이 살 길”

대학 구조조정은 선택 아닌 생존의 문제

현재 정부에서는 대학 구조개혁의 평가를 통한 학생 정원 감축을 하고 있다. 이에 걸맞게 교수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산업 수요 중심학과 개편을 통한 구조개혁을 유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수도권 일부 대학은 발 빠르게 학부 개편을 하고 있다.

기업 수요에 부응하는 대학 구조조정이 과거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소위 최고의 인기학과인 전산·건축·예체능계열의 상승과 하락을 경험했으며, 소위 취업 잘되는 학과를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개설과 증원을 반복하다가 결국 동반 하락하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아 왔다. 특성화가 안 된 문어발식 학과의 개설 및 정원 증설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앙대가 최근 내놓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은 2016학년도부터 학과제를 전면 폐지하고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모집해 2학년 2학기 때 전공을 결정하게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학과제를 폐지해 학문 간 칸막이를 없애고 기업 등 사회적 수요에 맞게 학문단위를 유연하게 재조정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시대적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벽이 허물어진 융합과 협업이 경쟁력이다. 대학의 외부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산업체의 변화에 부응한 융복합 학문으로 양성한 인재를 배출하는 것은 대학이 해야 할 일이다. 더구나 고질적인 청년 실업문제를 해소하고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하기 위해서 대학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됐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넘어 새롭게 도약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고 새로 도전해야 할 과제다. 한국은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자원 대국이 아니다.

한국과 같이 자원 빈국이 부국이 되는 길은 스스로 키워낸 인재들의 역량에 기댈 수밖에 없다. 물리적 자원은 반드시 소멸되고 말지만, 융복합 인재들이 창출해내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적인 이노베이션은 지속 가능하다.

국가 발전에서든 학문의 세계에서든 신생의 진통과 성장의 시기를 거치면서 ‘안정’이라는 시기를 맞게 된다. 두 가지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한데 그중 하나는 그동안의 수직적인 발전단계가 보편적 시스템으로 정착함으로써 좀 더 세련되게 변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다른 면에서는 변화하는 세계 질서에 맞춰 새로운 이노베이션을 준비하면서 또 다른 길을 개척해야 할 때가 왔음을 알려주는 시그널이 존재한다. 이게 두 번째 관점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중앙대와 이화여대 등 최근 구조개혁에 나선 대학들의 움직임이 또 다른 길 개척에 나선 생존을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라 볼 수 있다.

대학들은 연구중심과 실무중심 대학으로 재편돼야 한다. 다만 대학원 중심대학은 인문학과 자연학의 고사를 막고 전통적인 학문 연구의 방향을 잡아 기초학문을 튼튼히 다져야 한다. 기초학문이 무너진 상태에서 기업 수요 중심 학과개편을 시행하는 것은 ‘일하는 로봇’을 양성하는 것과 다름없다. 전문대뿐 아니라 4년제 대학들도 각자의 판단에 따라 산업체 수요를 감안한 실무중심 과정을 확대해야 한다. 옛말에 ‘이왕 맞을 매라면 먼저 맞는 게 좋다’는 말이 있다.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면 중앙대 개혁안은 우리 대학들의 변화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확신하며 지지한다.

각 대학은 고유의 정체성에 따라 교육의 목표와 인재상을 구현하기 위해 학사구조를 발전시켜야 할 주체로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정부에도 대학 구조조정을 선도하는 대학에 정책자금 지원 등 재정적 당근이 필요함을 제안한다.


임재홍
임재홍한국방송통신대 교수
반대 / “취업에 유리한 전공 강요는 學問의 자율성 침해하는 것”

‘인문·예체능 죽이기’보다 청년 일자리 정책 내놔야

박근혜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이 지난해 ‘대학 평가를 통한 정원 감축 정책’에서 올 들어 ‘학문분야 구조조정 정책’으로 변질되고 있다. 정원 조정 선도대학 사업으로 2016년부터 3년간 7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내년 2월에 1차 연도 선정 대학을 발표하니 사실상 금년 사업이나 다름없다. 최근 중앙대의 성급한 학과개편안 발표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학의 자율적인 학문분야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고등교육의 공급 과잉 상황에서 막대한 지원금 결정권과 대학 평가권을 가진 교육부의 절대 권력 앞에서 대학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대학들은 인문계열, 자연계열, 예체능계열, 사범대학 정원을 경쟁적으로 줄일 것이다.

황 부총리는 학문보다 취업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청년실업의 원인으로 대학 사회의 경직성을 든다. 즉 취업이 잘되는 학과 위주로 재편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기업이 원하는 인력을 대학이 배출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대학 졸업 후 어떤 직업, 어떤 수준의 보수를 받을지는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취업과 임금이 전부는 아니고 전공을 선택하는 유일한 동기도 아니다. 그런데 국가가 나서서 취업과 임금에 유리한 전공만을 강요하는 것은 학문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다.

대학이 산업과 연계되도록 하는 산학 협력 정책을 펴는 나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흐름은 영국이나 미국, 싱가포르 등에서 경험한 바 있다. 또한 인문계열의 위기가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다. 그러나 어느 나라도 국가가 나서서 학문을 산업에 종속시킨 사례는 없다.

국내 교육의 비극은 대학 서열화에 있다. 서열이 높은 대학, 취업에 유리한 학과 진학이 권력과 부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교육은 대학 진학을 위한 경쟁교육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학생들의 적성이나 관심은 무시되고 획일적 가치에 종속돼 문제풀이 위주의 학습을 강요받았다. 이제는 학문을 서열화하고 획일적 전공 선택을 강요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가 수급 전망을 하고 그에 따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말 그대로 예측일 뿐이며 정확도는 상당히 떨어질 수 있다. 정책 실패라도 발생하는 날이면 피해가 더 커진다.

이미 교육부는 1997년 도입한 대학 설립 자유화 정책(대학 설립 준칙주의) 실패로 엄청난 폐해를 경험했다. 사무 자동화로 관리직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작될 즈음 한국은 대학 설립 자유화 정책을 폈다. 교육비용이 적게 드는 인문·사회계열 학과들이 다수 생겼고, 그래서 상당수 부실대학이 만들어졌다. 정부는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했다.

이제 인문·예체능계열에 대한 과도한 죽이기가 진행되고 있다. 웬만한 사립대학에서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 학과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학과 통폐합은 부실대학 퇴출 정책이 본격화된 2011년 이후의 일이다. 불완전한 예측을 근거로 인문·사회계열 통폐합을 추진하면 오히려 학문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졸속정책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는 양극화로 청년들이 결혼도 출산도 못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 낮은 출산율은 대학의 수요 감축으로 연결됐는데, 이는 대학 문제뿐만 아니라 국가 존립의 문제다. 대학의 구조조정에 앞서 청년들이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할 수 있는 보다 인간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정부가 앞장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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