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최저임금 인상, 경기회복에 도움 될까

2015/03/23 16:22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경제계는 적극 방어에 나서는 모양새다.

최저임금 인상론은 부총리가 끄집어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초청 강연에서 “현 정부 들어 올해까지 최저임금 인상률을 연간 7%대로 올렸다”며 “내년에도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후 “내수 회복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줄곧 임금을 올려 내수를 살린다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주장해왔다. 지난해 내놓은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 정책도 그 일환이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론도 맥락은 같다. 소득이 늘어야 소비가 늘고 경기가 살아난다는 전제다.

하지만 경제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4년간 최저임금은 연평균 8%가량 꾸준히 상승해 이미 선진국 수준에 달했다고 항변한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5580원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7.1% 올랐다. 여기에 또다시 대폭 인상이 이뤄지면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 오히려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주장이다.

찬성 쪽은 최저임금을 올리면 소비가 늘어난다고 강조하고, 반대 쪽은 고용에 타격을 준다고 반박하고 있다. 오는 6월 인상폭을 최종 결정하게 될 최저임금위원회는 다음달에 구성된다.
박종규
박종규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찬성 / “저소득층 소비 여력 늘어 내수 활성화 효과 기대”

계층간 소득격차 축소에 큰 도움 될 것

지난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5210원이었다. 월 근로시간을 209시간으로 가정하면 최저임금 근로자의 월급여는 108만8890원이 된다. 2인 이상 도시근로자 가구 가운데 1분위, 즉 최하위 10% 소득계층의 2014년 월평균 근로소득은 111만869원이었다. 최저임금 근로자의 월급여보다 2만2000원밖에 많지 않았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득은 가구 기준이므로 1분위 근로자의 개인별 근로소득은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이거나 거기에도 못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다면 누구보다도 1분위 근로자들이 가장 직접적인 혜택을 받게 된다. 소득격차 축소를 위해 복지 지출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닌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이 최저소득층 가계수지를 안정시키는 효과도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이다. 이 계층의 평균소비성향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013년까지 연속으로 100을 넘겼다. 소비가 소득보다 많은 적자상태가 무려 16년 동안이나 이어졌다는 뜻이다. 이 기간 동안 상당수의 최저소득 가구들은 파산 또는 그 직전까지 가는 고초를 겪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그러다가 지난해 들어 이들의 평균소비성향은 95.0으로 낮아졌다. 처분가능소득이 100이라면 소비지출은 95로 모처럼 만에 소폭이나마 흑자를 냈다는 얘기다. 쓰고 싶은 만큼을 다 썼는데도 남았다는 건 아니었다. 소비지출은 1.6% 줄었다. 이전소득, 즉 복지지출 증가에 힘입어 처분가능소득이 8.0% 늘어난 것이 소비축소보다 흑자를 내는 데 더 큰 기여를 했다.

최저소득층 가계수지의 안정을 위해서라면 이들의 소비성향은 앞으로 더 낮아질 필요가 있다. 적어도 지금보다 3%포인트 낮은 외환위기 이전 수준까지 내려가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그렇게 낮아져도 이들의 소비성향은 90을 넘는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으로 1분위 근로자들의 소득이 높아진다면 그중 90% 정도는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최저임금 인상이 반갑지 않은 사람도 물론 있다. 최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정이 어려운 소상공인 내지 영세 자영업자가 그들이다. 이들은 소폭의 인건비 상승도 부담스러워 한다. 올해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7% 정도 올라 시간당 370원, 일당으로는 3000원 더 많아졌을 뿐일 텐데도 고용을 줄여야겠다는 자영업자들이나 소상공인들이 적지 않았다. 그 정도의 인건비 상승이 부담스러워 고용을 줄여야 할 처지라면 차라리 다른 길을 찾는 편이 낫지 않겠나 싶기도 했다. 안타깝지만 내수가 극도로 침체돼 있는 만큼 이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였다. 더 주고 싶어도 더 줄 돈이 없다는 이들의 목소리는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과정에서 충분히 수렴돼야 할 것이다.

다만 이런 호소를 당사자인 영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의 목소리가 아닌 대기업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은 당혹스러운 일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최저임금을 올리면 저임금 근로자들의 고용이 오히려 줄어든다”며 최저임금 인상에 앞장서서 반대하고 있다. 얼핏 최저임금 근로자와 그들을 고용하는 영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모두를 위해 해주는 말 같기도 하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진정으로 최저소득층,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납품업체, 하청업체들에 응당 주어야 할 몫을 제대로 주고, 정규직 근로자와 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정규직과 같은 임금을 주며, 불공정한 갑을관계를 청산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렇게 풀린 돈이 돌고 돌아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까지 흘러 들어가야 비로소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줄 만한 여유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최승재
최승재소상공인연합회장
반대 / “중소기업·영세자영자에 부담…빈곤층 고용률 더 떨어질 것”

소수만 혜택…내수부양 효과 적어

정치권이 내수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소득을 통한 경기 부양책으로 최저임금을 서둘러 크게 올리자는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7.1%(370원) 오른 시간당 5580원,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은 다음달 결정된다. 새누리당은 7.6% 인상안을 추진하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도 이 방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내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60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전체 비용에서 인건비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이 받아들이기 부담스러운 방안이다. 지난해 최저임금 7% 인상으로 영세자영업자들이 임금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 폐업을 많이 했는데 또다시 인상하면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물론 빈곤층의 소득 향상을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극빈층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섣불리 정부의 경기 부양 대책에 기를 쓰고 반대할 수 없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한다고 과연 정부의 바람대로 내수를 진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첫째, 국내 대다수 근로자들이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을 적용받는 비율은 14.5%다. 10명 중 두 명도 안되는 국민이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누리는 셈이다. 그나마 이들은 삶을 유지하기 위한, 즉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는 소비를 할 뿐이다. 소득분배 양극화 해소와 내수 경기 부양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쉽게 말해 최저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 대학생이 겨우겨우 등록금을 내고, 기초생활수급자가 밀린 월세를 조금 빨리 갚는다고 해서 내수가 살아난다고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 소비는 심리와 매우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미래가 불투명하고 열심히 일해도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받을 수 없다면 사람들은 지갑을 닫는다. 작금의 내수 침체는 지난 수년간, 아니 십수년간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거시적인 소득 불평등에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작년 12월 발표한 ‘한국의 개인소득 분포’ 자료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가 국내 전체 소득의 48%를 가져간다. 하위 40%는 단지 2%만을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청년 실업률과 수도권 전셋값은 사상 최고점을 찍고 있다. 경제 주체 및 주요 소비 주체인 20대 후반부터 30~40대는 불투명한 미래와 현재 상황 개선에 대한 기대가 없어 소비 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노인 가구의 소비 지출도 덩달아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수준이다.

셋째, 대기업의 현금 자산이 역대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국내 500대 대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158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기업들은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고 일부 현금은 부동산에 쏠리고 있다. 이 때문에 내수 경기는 더욱 침체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어떤 이는 대기업에 비판의 칼날을 세우지만 대기업의 투자는 훨씬 정교하고 보수적이라는 점에서 투자 동력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정부 탓이 더 크다.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의 지적처럼 최저임금 인상은 빈곤층을 고용하는 기업에 부당한 부담을 준다. 맨큐 교수는 “결국 기업들이 빈곤층을 점점 고용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빈곤층을 지원하려면 최저임금 인상보다 근로소득장려세제를 먼저 고려해야 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면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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