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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 & 이대리] '동영상으로 배운다'…유튜브에 빠진 직장인들

2018-11-19 18: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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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회사 재무팀에서 근무하는 김 과장(37)은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에서 미국 투자 채널을 구독한다. 증권사 직원들이 접하는 유료 정보를 공짜로 볼 수 있는 데다 중요한 경제 소식을 빠르게 들을 수 있어서다.

최근엔 블룸버그통신 채널에서 본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회장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제로 금리로 신용을 과다하게 창출하다가 어느 순간 거품이 꺼지면서 공황이 오는 사이클이 반복되는데 지금이 그 시점이라는 얘기였다. 김 과장은 “유튜브 영상을 보고 주식에서 돈을 뺐는데 다행히 주가 폭락을 피했다”며 “세계적인 전문가들의 의견을 빠르게 접할 수 있어 투자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유튜브가 직장인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왔다. 투자 정보를 접하는 직장인도 있지만 골프, 야구 등 취미를 배우거나 자격증 공부를 하는 사례도 있다. 소수지만 유튜버(유튜브 콘텐츠 제작자)로 나서 짭짤한 수익을 거두는 직장인도 있다. 김과장 이대리들의 다양한 유튜브 활용기를 들어봤다.

웬만한 과외 선생님보다 낫네

유튜브로 운동이나 취미를 배우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웬만한 과외 선생님보다 낫다는 뜻에서 ‘유선생(유튜브+선생님)’이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시중은행에 다니는 최 과장(41)은 지난 4월 기업영업본부로 발령이 나면서 골프를 시작했다. 골프에 대한 책도 읽고 교습도 받았지만 실력은 제자리걸음이었다. 결국 지난 8월 골프장에 처음 나가서 공도 제대로 띄우지 못했다. 함께 라운딩을 나간 고객은 유튜브 골프 채널 ‘심짱골프’를 보라고 조언했다. 그립 잡는 법부터 골프장 매너까지 동영상으로 잘 정리돼 있었다. 김 과장은 “딸 아이가 인터넷 강의 듣는 것처럼 골프 채널을 열혈 구독하고 있다”며 “혼자 연습한 동영상을 운영자에게 보내면 피드백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광고 회사에서 근무하는 박 대리(30)는 얼마 전 사내 야구 동호회에 가입했다가 턱없이 부족한 자신의 실력에 한숨을 쉬었다. 야구 교습을 받아볼까도 했지만 수십만원에 달하는 강습비가 부담스러웠다. 그가 선생님을 찾은 곳은 유튜브 야구 채널이었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 유튜버들이 공을 쥐는 법부터 던지는 법, 받는 법, 야구방망이를 휘두를 때의 손목 각도까지 반복적으로 천천히 시범을 보여준다. 박 대리는 “급한 대로 동영상으로 배워본 뒤 안 되는 기술은 레슨을 받으러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튜브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사례도 있다. 건설사에서 근무하는 김 대리(33) 얘기다. 그는 공인중개사인 어머니의 일을 이어받기 위해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매일 이어지는 야근과 각종 회식에 평일 학원 공부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대신 주말마다 공인중개사 합격자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고 있다. 온라인 유료 강의 못지않게 탄탄한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김 대리는 “유튜버마다 공부 방식이나 노하우가 달라 여러 교재로 공부하는 느낌이 든다”고 만족해했다.

유튜버로 ‘투잡’ 뛰는 직장인도

직접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직장인도 있다. 유튜브 채널 운영은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이후 직장인들이 찾아낸 ‘저녁 활동’ 중 하나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소 유통업체에 다니는 장 대리는 “매달 월급을 한 번 더 받는 것 같다”고 말한다. 지난해 중순에 개설한 스포츠 블로그의 광고 수익이 생각보다 쏠쏠하기 때문이다. 많을 땐 월 100만원 이상도 번다고 했다.

그는 이 기세를 몰아 최근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다. 한국 여행을 준비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가 볼 만한 곳들을 소개하는 채널이다. 서울 강남이나 이태원의 클럽, 숨은 맛집을 촬영하고 영어 내레이션과 자막을 입히는 방식이다. 장 대리는 “요즘엔 블로그보다 유튜브 이용자가 더 많다”며 “아직 블로그만큼은 아니지만 유튜브 채널 구독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회사 마케팅팀에서 근무하는 최 대리(29)는 요즘 출근길에 나서기 전 손바닥 크기의 소형 카메라 하나를 챙긴다. 2주 전부터 유튜브 활동을 시작해서다. 그는 출근부터 퇴근까지 자신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를 유튜브에 올린다. 직장 상사에게 혼나는 모습, 커피 심부름을 하는 모습, 퇴근 후 영어 학원에 가는 모습까지 여과 없이 담았다. 별다른 편집 기술 없이 영상만 올려도 조회 수가 수천 건은 나왔다. 최 대리는 “인기 있는 유튜버들이 낸 책을 읽고 콘텐츠 전략을 짜기도 한다”며 “구독자는 아직 500명 안팎인데 1000명 이상부터 광고 수입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닥터유’ 혹은 ‘밤새유’

유튜브로 스트레스를 푸는 직장인도 있다. 공공기관에 다니는 김 주임(29)은 유튜브로 불면증을 고쳤다고 주장한다. 그의 불면증 치료제는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콘텐츠’다. 탁자를 두드리는 소리, 빗소리 등을 반복적으로 들려주면서 나른한 느낌을 주는 방송이다. 김 주임은 “얼굴 화장을 하거나 마사지하는 소리가 담긴 방송을 가장 좋아한다”면서 “얼굴이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면서 저절로 잠이 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담 삼아 유튜브를 ‘닥터유(의사+유튜브)’라고 부른다”고 덧붙였다.

새벽까지 유튜브 영상을 보느라 수면 부족을 호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반도체 회사에 다니는 전 사원(29)은 요즘 영화를 소개하는 채널에 푹 빠졌다. 한 영상이 끝나면 추천 동영상 목록이 뜨는데 끊지 못하고 계속 시청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침대에 누워 시청하다가 요즘은 새벽 2~3시에 잠든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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