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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연쇄효과'…실업급여 등 31개 동반인상

최종석 2017/04/07 14:08

최저임금 1만원 논란 (3)·끝 '눈덩이'처럼 커지는 재정부담

출산 전후 휴가급여나 고용촉진지원금도 연동
형사보상금도 연계 인상 

노동생산성 반영하는 '시장 제도' 성격보다
복지제도로 개념 변화

이번 달부터 실업급여 상한액이 하루 최대 5만원으로 올랐다. 지난달(4만3000원)보다 16.3% 늘어났다. 실업급여를 끌어올린 건 최저임금이다. 기존엔 실업급여 하한액이 최저임금의 90%, 상한액이 하루 4만3000원이었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면서 하한액이 상한액을 역전하는 일이 발생했다. 정부가 시행령을 바꿔 상한액을 올린 이유다. 실업급여 인상으로 역전 현상은 해소됐지만 고용보험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최저임금의 파급력은 단순히 노동시장에 그치지 않는다. 파급 범위가 경제 전반으로 넓다. 최저임금과 연동되는 것은 고용보험법 북한이탈주민법 등 16개 법과 31개 제도에 달한다. 



최저임금 올라 고용보험기금 ‘바닥’ 

고용보험법이 대표적이다. 최저임금과 연동되는 제도가 많다.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90%로 둔 실업급여뿐만 아니라 출산 전후 휴가급여(하한액 최저임금의 100%), 고용촉진지원금(최저임금 미만 지원 대상 제외) 등이 모두 최저임금을 잣대로 정해진다. 최저임금을 인상할수록 고용보험 기금도 빠르게 줄어드는 구조다.

고용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는 사업주들은 아우성이다. 고용보험 기금이 2020년 첫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험료 인상 압박도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자는 120만9000명, 지급액은 4조7000억원이었다.

산업재해로 휴직하는 동안 근로자가 받는 휴업급여도 최저임금(100%)만큼 주도록 규정돼 있다. 장애인 청년 노인 등 고용 취약계층을 채용하는 사업주가 혜택을 보는 고용장려금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비율을 정한다. 일자리를 창출한 기업에 주는 세제 혜택과 각종 사회보장급여 등도 최저임금과 연동하는 경우가 많다.

형사보상법 북한이탈주민법 국가계약법 등에도 최저임금이 영향을 미친다. 범죄 혐의로 구속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을 때 받는 형사보상금 한도는 최저임금의 다섯 배 이내다. 국가가 계약상 노무비를 바꿀 때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반영한다. 북한이탈주민 정착금 한도는 월 최저임금의 200%다.

복지제도로 변한 최저임금 

최저임금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최저임금의 취지가 바뀌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입 당시엔 저임금 근로자를 위해 시장 가격(임금)의 하한선을 정하는 ‘시장 제도’였지만 점차 전 국민의 복지 수준을 높이는 ‘복지 제도’의 성격이 강해졌다는 얘기다. 

최저임금법은 1988년 시행 당시엔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등 세 가지 기준으로 최저임금 인상률을 정했다. 2005년 법 개정으로 소득분배율이 기준에 추가되면서 최저임금은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떠올랐다. 노동계는 소득분배율에 대한 가중치를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근로자의 생계비를 미혼·단신 근로자 생계비가 아니라 가구 생계비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정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은 시장 가격에 영향을 주는 명백한 시장 제도이긴 하지만 근로자의 생계비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선 복지 제도의 성격도 띠고 있다”며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다는 균형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으로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건 정부가 책임져야 할 복지를 개별 사업주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이 가구의 빈곤 해결책도 아닌데 왜 사업주가 근로자 가족까지 부양해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고 했다. 

최종석 노동전문위원/심은지 기자 js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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