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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츠파와 빨리빨리 문화

가재산 2013/01/02 17:14

  “작은 나라에서 우리는 큰 꿈을 꾼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어서 끊임없는 혁신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며, ‘자원이 없는 것이 오히려 축복’일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역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즉 그들은 천재적인 머리를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절박함’ 때문에 늘 도전하고 어디에서도 당당하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에선 이렇게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당당하게 질문하거나 도전하는 태도를 '후츠파(chutzpah)'라고 한다. 후츠파는 유대 민족이 갖고 있는 독특한 문화다. '주제넘은' '뻔뻔한' '오만한' 같은 부정적인 뜻부터 '놀라운 용기' '배짱' 등 긍정적인 의미까지 함께 담고 있다. '뻔뻔함'이 이스라엘을 강한민족, 강소대국으로 만든 토대라고 분석하는 사람이 많다. 왜 그럴까?

 전 세계 유대인 수는 이스라엘 국민 600만명을 포함해 1300만명 가량. 전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2%에 그치지만 노벨상 수상자는 178명으로 전체의 22%에 달한다. 물리 47명(26%),화학 30명(20%),의학 53명(28%) 등 특히 과학분야에서 높은 성과를 거뒀다. 이스라엘 국적을 갖고 있는 노벨상 수상자도 9명으로 이 중 아다 요나쓰( 2009년 화학상) 등 5명이 2000년대 이후 수상자다.

 그들의 땅은 척박하기 그지없었기에 물에 집착했고 사막 위에 세계 최고 농업 국가를 세웠다. 주변국에는 예외 없이 석유가 넘쳐나지만 오직 석유가 생산되지 않는 나라다. 이스라엘의 사막은 뿌리에 파이프를 갖다 대지 않으면 식물이 자랄 수 없을 정도로 척박하다. 게다가 해저 221미터에 위치한 갈릴리 호수에서 물을 길어 올려야 생존 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세계 최고 물 관리 회사인 ‘네타핌’에서 40% 물만 이용해도 생산량을 50%나 더 늘리는 기술이 탄생했다.

 그래서 석유 없이도 돌아가는 세상을 꿈꾸며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를 배제하고 세계 유일의 100% 전기자동차 세상을 구현했다. 주변 아랍권 국가들과의 틈 속에서 자주국방을 위해 핵심기술은 남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개발했다. 그 기술을 온전히 민간산업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분사(Spin Off)해 국방기술이 국민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6%대로 끌어올렸다.
 또한 이들은 좁은 국토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인터넷 세상에 매료 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인터넷 세상의 안전을 책임지는 보안 알고리즘을 장악하고 인터넷 세상의 주요 항구에 해당하는 포털 서비스를 장악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처럼 1948년 건국한 작은 나라의 저력이 무섭다. 후츠파는 오만함 같은 부정적인 의미도 있지만 도전적임, 대담한 용기 등의 긍정적인 의미도 내포하는 복잡다단한 언어다.
 그들은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자기의 주장을 말하고 묻는 것에 서슴지 않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후츠파' 정신은 유대 민족의 창조성을 키우는 원동력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후츠파 정신에 기반한 벤처 창업이 매우 활발한 나라로 꼽힌다.

 나스닥 상장기업 중 미국 기업을 제외한 기업 중 40%가 이스라엘 기업이다. 또 이스라엘 주요 대학과 연구소 4~5곳이 1년간 특허료로만 벌어들이는 수익이 우리 돈으로 2조3천억원에 달한다. 인구 710만명에 불과한 이스라엘이 세계 바이오 벤처의 70%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는 데에서도 후츠파의 저력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선 교수와 다른 의견을 내려면 '계급장 떼고 한판 붙자'는 각오를 해야 하지만, 이스라엘 대학에선 교수든 학생이든 서로 의견이 다를 땐 몇 시간이고 '끝장 토론'을 벌인다.
 그렇다면 IMF의 외환위기와 미국 발 금융위기까지 잘 이겨내고 삼성이나 현대차 같은 세계적 기업의 약진은 물론, 가난하고 국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이루어 국격이 올라가 상대적으로 잘 나가고 있다고 평가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유사한 정신이나 동인은 없을까?

 후츠파의 위대한 정신을 잘 소개한 연세대 윤종록 교수는 단연 ‘빨리빨리’ 문화라고 말한다. 과거 ‘빨리빨리’ 문화는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참사 등에서 보듯이 우리국민정서에서는 마이너스적인 면이 긍정적인 면보다 더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외국 사람들이 빨리빨리 문화를 거론하면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조급성과 성급한 성격은 글로벌 시대에 더욱 취약점만을 노출할 것으로 우려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 특히 스마트시대로 접어들면서 우리의 단점이었던 빨리빨리 문화가 달리 해석되기 시작했고, 우리 기업 경쟁력은 과거의 '싸게'에서 '좋게'를 지나 '빠르게' 로 크게 바뀌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비근한 실례를 들어보자 1980년대만 해도 배달되는 건 신문과 편지, 우유가 전부였지만, 요즘은 배달이 안 되는 품목을 찾는 게 더 어렵다. 미국 CNN이 운영하는 한 사이트에선 서울이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도시인 50가지 이유 가운데 한국의 배달 서비스를 3번째로 꼽을 정도다.

 빨리 빨리는 ‘신속화, 순발력’이란 단어와 일맥상통한다. 지난 40년간 우리나라의 눈부신 경제성장의 확실한 동기부여 가운데 하나도 부족함에서 나오는 ‘헝그리 정신’이었다. 국토의 협소함, 전무한 자원, 불안한 안보, 의무병역 등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과 가장 닮은꼴의 나라임에 틀림없다. 빨리빨리는 헝거리 정신과 어우러져 우리의 성장과정에서도 유대인들처럼 한 방향으로 매진할 수 있었던 공통분모이다.
 부족함과 불만족이 우리에게 준 메시지가 지난 한 세대, 우리에게 축복으로 보답했다면 앞으로의 축복으로 이어지기 위한 과제는 창조의 에너지가 필요하고,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니라 선도자(First runner) 그 이상의 도전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21세기 화두는 디지털 네트워크와 스마트 혁명이다. 이러한 혁명으로 초래되는 새로운 경영현실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중요한 전략이 스피드 경영이다. 스피드 경영의 요체는 단순히 '빨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총체적 시간중심의 경영으로 기회선점, 시간단축, 제때공급 그리고 자주관리 하는 것이다.

 빨리빨리를 전제로 하는 스피드가 강조되면서 창의적 조직 문화가 요구되는 지금, 우리문화가 성숙되고 선진화되어 과정과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가 된다면 그 빨리빨리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우리민족의 문화원형질이 되어 우리의 우수성이 될 수 있다.   

<본 칼럼은 2012년 06월 25일에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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