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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레랑스(Tolerance) 경영

가재산 2013/01/02 17:17

 요즘 세계 곳곳에서 그리고 기업 및 지역사회 경영 등과 같은 다양한 부문에서 '똘레랑스(Tolerance)'라는 프랑스어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이 용어는 '타인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에 대한 존중'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다양한 주체들로 구성된 조직이나 공간 내에서 그 구성원 각각의 개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홍세화 작가의 베스트셀러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라는 책을 통해 우리에게 많이 친숙해진 용어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최근 이 용어가 정치적 의견, 사상, 이념 등을 중요한 덕목으로 설정하는 정치권내에서 언급되는 것이 아니라, 동종 타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탁월한 혁신 성과(Performance)를 내보이는 세계적 우수 기업이나 세계의 유수 '명품도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일본 교토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세계적 명문 기업 닌텐도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독점적인 콘텐츠 능력의 근원을 '똘레랑스'에서 찾고 있으며, 지방정부의 일괄적인 도시계획 행정을 지양하고 문화예술인들에게 이른바 '창조적 공간'을 제공하여 그곳에서의 자유로운 활동을 지원하여 이들 간의 활발한 교류가 생겨나게 되어 매우 새롭고 참신한 경제적 수요를 창출하는 혁신의 원천으로 작용하도록 한 이탈리아의 볼로냐 역시 '똘레랑스'로 설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일본식 경영하면 개성보다는 표준을 선호하고 또 엉뚱하고 독특한 생각과 아이디어보다는 경영자의 경영판단에 일사불란하게 추종하는 조직을 선호해왔던 소니, 도요타, 마쓰시타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로 오늘날 일본 경제를 굳건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기업들은 우리에겐 조금 낯선 교토의 강소기업들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교토식 경영’ 연구로 잘 알려진 인천대 양준호 교수는 일본식 경영의 한계를 뛰어넘어 장기 불황기에도 놀라운 수익률을 창출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러한 기업들을 ‘똘레랑스 경영’으로 설명하고 있다. 교토의 강소기업들은 규모와 점유율에 집착하면서 몸집을 불려온 전형적인 일본 대기업과 같은 ‘전통적 사무라이형’이 아니라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유목민형’라는 것이다.

 교토기업 중에서도 ‘진짜’라고 할 수 있는 교세라, 호리바제작소, 닌텐도, 니치콘, 옴론,  일본전산, 무라타제작소 등 기업의 사례를 보면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기만의 것을 고집해 일본의 20년 불황속에서도 기적과도 같은 실적을 일구어내고 있다.

 ‘일본식 경영’을 타파해나가는 이런 기업들을 보면 일본형 경영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혁신 활동도 마이웨이방식으로 혁신 활동은 자사의 성격에 맞는 독특한 방식을 고집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호리바제작소의 호리바 명예회장은 그동안 ‘상식을 뒤집는 역발상 경영’으로 주목을 끌어왔다. 그는 ‘동료 의식이 강하고, 잔업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 애사 정신에 매달리는 사람’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그래서 호리바제작소에는 ‘튀어야 산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고, 사훈도 ‘재미있고 엉뚱하게’다. 이회사의 대표적인 혁신 사례는 ‘블랙잭 형사 제도’이다. 업무 개혁 및 생산성 향상에 대한 타성을 혁파할 목적으로 도입되었는데, 한 달 만에 업무 효율이 3배가량 높아졌다. 튀고 엉뚱한 사람을 용인하기 극히 싫어하는 일본식과는 상당히 다르다.

 교토 기업들은 대부분이 구조조정도 없고, 비정규직도 없다. 성과주의도 없고 정년도 없다. 대신 장기적인 성장을 추구하고, 연공서열을 중시하며, 개성을 중시한다. 과연 이러고도 회사가 돌아갈까 싶지만, 강소기업들은 오히려 그런 괴짜 경영으로 업계 최고이자 세계 일류의 기업으로 우뚝 서있다.

 다양성관리(Diversity management)는 이제 기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성별, 전공, 국적 등에 상관없이 역량 있는 인재를 채용하는 제도 및 인프라 구축에 보다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인력의 다양성이야말로 성과창출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최근 미국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신입사원 인재상은 기술 및 인문사회학을 전공으로 이수하고,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한 인력이라는 비즈니스위크지의 기사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인력의 다양성이 성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등 유연하고 통합적인 조직문화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기업들은 다양성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담조직을 구성해 갈등요인을 사전에 해결하고 시너지를 제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IBM, 모토로라는 ‘다양성 관리담당 중역(CDO·Chief diversity officer)’을 두고 사내의 소수 그룹을 본사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우리가 선진국에 도달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안착하려면 기업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획일적이고 통제 지향적 사고, 집단 군집형 사고의 속박을 과감하게 벗어던져야 한다. 이질성과 다양성을 존중하기는커녕 학연, 혈연, 지연 등과 같은 인맥을 강조함으로써 동질성과 순응성, 그리고 충성심을 중시하고 지역주의, 집단주의 같은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혁해 나가야한다. 

 ‘다름(Different)과 틀림(Wrong)’의 차이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나와 생각이 다르거나, 나와 조건이 다른 것을 두고 ‘나와 틀리다.’라고 생각한다면, 무의식적으로 ‘나는 옳고, 그 사람은 옳지 않다.’는 편견에 빠져 모든 상황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게 되며 평생을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가게 된다.

 우리나라도 IMF 이후 글로벌화는 물론 외국기업들과의 빈번한 M&A나 합작 투자, 다양한 구성원의 증가, 개인 가치관의 변화 등으로 향후 기업 들은 지금보다 훨씬 복잡한 인력 구성을 보이고 있다. 원래부터 다문화, 다민족으로 구성된 미국의 많은 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러한 다양성에 대한 연구와 관심을 기울여 왔으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거주 하고 있는 외국인이 이미 120만 명을 돌파하고 다문화 가정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에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우리사회나 기업들이 ‘틀린 사람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계속 늘어가고 있는데도 지금까지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포용과 아량으로 다른 것을 끌어안아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융합의 힘, ‘똘레랑스’ 정신이 꼭 필요한 시대다. 


<본 칼럼은 2012년 07월 22일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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