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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에게 패자부활의 희망을

강유미 2013/01/02 17:25

 방송 때마다 화제가 되었던 케이블채널의 인기 프로 ‘슈퍼스타K’가 얼마 전 막을 내렸다. 지난 시즌보다 실력자가 적고 콘셉트도 진부해졌다는 평이 있지만, 평범했던 사람이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며 스타가 되어 가는 과정은 언제 봐도 짜릿하다.
 슈퍼스타K에서 꼭 등장하는 게 바로 패자 부활전이다. 가능성이 있는 참가자들이 모여 다시 경연을 펼치거나, 그 동안의 참가자들 가운데 실력을 평가해 심사위원들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것이다. 기회를 다시 얻게 된 청년 참가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모습은 슈퍼스타K의 최고 드라마 중 하나이다. 브라운관을 통해 패자부활전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 청년들이 브라운관 밖취업 시장에서 패자부활의 기쁨에 눈물 흘리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패자 부활 차단하는 고용 시장

 최근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서 인사담당자의 58.1%가 지원자의 나이가 선호하는 연령보다 많으면 취업에 불리하다고 응답했다. 취업 재수생이나 고시 실패 후 취업 준비생 같은 소위 '한 번 패자'들은 서류 전형에서부터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응답자의 70% 정도가 ‘조직 위계질서 확립을 위해서’ 또는 ‘기존 직원들과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를 꼽았다. 나이로 서열을 매기고 대접을 달리하는 연령 위계사회를 반영하는 것으로 패자부활전을 꿈꾸는 구직자들의 어깨에 힘을 빼는 조사결과다. 취업에 여러 번 실패한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선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많은 고용전문가들은 창업에 도전해 볼 것을 권하지만 창업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현직 때 쌓은 전문성과 퇴직금을 쥐고 시작하는 은퇴 베이비 부머들도 창업성공률이 그리 높지 않다. 이런 마당에, 자본은 물론 사회 경험과 인맥도 부족한 청년 창업가들이 패기만으로 성공하기란 더더욱 쉽지 않다. 많은 청년 창업가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쓰라린 실패 경험과 빚이다.

 도전정신만으로는 어려워

 얼마 전, 해외 취업과 창업의 길을 언급하며 젊은이들의 모험정신과 도전 의지를 잔뜩 강조해 놓은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한국에 일자리가 없다면 해외에 기회가 얼마든지 있으며, 필요한 것은 모험 정신이라는 것이다. 패자부활의 기회는커녕 패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마저 부족한 사회에서 모험정신을 가지라는 말은 안전 그물망 없이 서커스를 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젊은이들이 패기 있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하다는 게 아니다. 모험 정신은 인간의 특권이며 특히 청년들에게 소중한 가치임에는 변함이 없다. 경기침체가 지속돼 일자리창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청년들이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길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청년 구직자들은 소위 IMF시기와 금융 위기를 거치며 패자부활전 없는 사회현실을 목격해 왔다. 이런 젊은이들은 도전 정신이 없고 고용이 보장된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린다는 손가락질을 받는다.

 아름다운 재도전을 위해서

 한 번 궤도에서 벗어나거나 실패하면 재진입이 어려운 한국을 이코노미스트지에서는 '원샷 사회'라고 지칭하였다. 그만큼 우리 사회, 특히 채용시장에서는 패자부활전이 외면당하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청년들에게 도전 정신과 열정만을 강요하는 것은 어른들이 사회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청년들이 일자리를 제대로 갖기 위해선 도전의 기회가 다양하게 주어져야 하고 실패자들이 의지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을 함께 구축해야 할 것이다.
 슈퍼스타K는 예선에서 떨어질 뻔했던 로이킴이 우승을 차지하고 막을 내렸다. 그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본 심사위원 한 명이 예선 성적이 안 좋은 그를 본선에 진출시켰고 그 덕분에 다시 살아나 정상에 까지 오른 것이다. 2등을 차지한 딕펑스 역시 생방송에서 탈락 위기를 맞았지만 재도전 기회를 받아 회생한 케이스다. 지금 구직자들에게 더 와 닿는 것은 정주영 김우중과 같은 성공 신화가 아니라, 재도전 기회를 인정받은 청년들의 패자 부활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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